개인적인 체감으로는 주토피아 2는 주토피아 1 보다 뭔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성공했던 밈 같은 것들을 섞어서 재미있게 설계되어 있어서 그나마 재미가 있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내용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토피아 1 보다 음악이 주는 임팩트라든가 개연성 같은 것들도 애매했습니다.

주토피아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인간세계를 동물에 빗대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다양한 동물들의 특징을 강조함으로서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도 함께 협조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다양성에 협조하지 않으면 악당이라는 확실한 선과 악의 경계를 마련하고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1편에서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갈등이 주를 이뤘다면 2편에서는 주토피아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링슬리 가문(캐나다스라소니)에 의해서 쫓겨난 파충류 세력에 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뱀을 무서운 존재에서 친근한 존재로 표현하려는 모습은 서구권에서 뱀을 사탄의 동물로 묘사하는 것과 대비됩니다.
주토피아 2의 이야기 자체는 매우 단순합니다.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의 우정을 넘어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그들이 주토피아를 건설했던 세력들 중에서 뱀의 역할을 입증하는 특허증을 확보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전형적인 미국식 개그코드와 히어로물 특유의 클리셰에서 어긋나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토피아2에 내포되어 있는 개념은 세계의 이권구조의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묘사는 세계시민주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시민주의는 세계화주의에 의해서 설립된 단일 정부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통합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념을 말하며 이러한 이념은 주권국가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대립하는 국가주의에서 탈피해서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질서를 만들어야 된다는 국제주의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지금까지의 세계에서 국가간의 대립은 이득과 관련된 갈등에 의해서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빈부격차는 사람들이 고급 노동력을 보유하기 위해서 노력하도록 만들었으며 가난한 나라의 자원을 정당하게 착취해서 부자 나라에서 더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문명 진보를 위한 무언가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세계는 이득을 위해서 서로 속고 속이고 대등하면 거래하고 격차가 크면 약탈을 하면서 유지되는 편이 인류 전체의 문명 진화에 관점에서는 이득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죽어나가는 수많은 억울한 사람들과 그 억울한 사람들의 의견을 양지로 끌어오려는 자는 제거됐으며, 그 자리는 만들어진 허수아비가 '성스러운 자'이면서 '감시자'로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주토피아 2에서 묘사하는 '주토피아'가 인간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어쩌면 앞으로 기존과 비슷한 인간 사이의 갈등관계는 더 이상 이득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목적은 '고급 노동력'과 한정된 자원의 원활한 수급이었으나 고급 노동력은 AI와 로봇으로 대체하면 그만이고 한정된 자원 문제는 멀지 않은 미래에 달에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 로봇을 보내면서 해결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류 발전을 위해서 숫자가 대폭 증가한 인류는 대부분 그 필요를 다했다고 봐야 되며, 인류가 고통을 받으면서 문명 파괴적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주 될 것입니다. 결국, 도파민 분비를 극한까지 촉진할만한 무언가를 끝임 없이 뿌리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면 출산을 기피하고 인구수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러한 흐름은 어떻게 보면 의도적이면서도 시대 발전에 의한 것으로 봐야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관점을 음모론이라고 치부 할지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무언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대체로 '도파민 반응'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간파하고 계실 것입니다. 주토피아 세계관에서도 힘이 강한 동물이 있고 약한 동물이 있습니다. 그들은 생산력 자체가 다를 텐데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방식은 환영받지 못했지만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AI가 탑재된 로봇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니까요.
작품적으로 보더라도 주토피아2는 1편과 다르게 내용면에서도 많이 모호했고 억지로 세계시민주의 정당성을 어필한 측면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가주의나 제국주의에 반대하지만 세계시민주의도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AI와 로봇으로 지배하는 세계 정부가 될 것이겠지만 그 AI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전 인류는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하는 완전한 지구 감옥에 수감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실, 주토피아2의 메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링슬리 가문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국제 금융세력에 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것 같습니다만 뭔가 많이 구조적으로 애매합니다. 대뜸 '속았지?' 같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본연적 의미를 숨겨두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주토피아 2는 개인적으로 별로였습니다. 저는 5점 만점에 3점 정도 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 자체는 별로였지만 외형적인 캐릭터 연출 같은 것들은 많은 자본이 들어가서 그런지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그럴듯하게 보이면서 뒤에서 요상한 어젠다를 어필하는 구조가 아니라 대놓고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워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형태가 훨씬 더 괜찮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하며, 그 방향이 오히려 세계시민주의를 실현시킬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근슬쩍 어젠다를 뿌리는 방식은 제국주의를 확장한 개념에 불과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세계 단일 제국주의로 나아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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